/ 여은 정연화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날씨에
뜨끈하게 군불 지핀
구들장 놓은 아랫목
검정 무쇠 가마솥에 삶은
꿀물 흐르는 고구마와
살얼음 어린 동치미
아궁이에 불 때서 지은
구수한 보리밥에다
김장김치와
무청 달린 총각김치와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겨울 방학이면
타지로 진학한 친구들과
고향에서 만나
이불속에 다리 넣고
이야기꽃 피우며
까르르 웃던 추억
친구들과 헤어져 오는 길
달빛 하얗게 부서졌던
차가운 겨울밤의 아련함
다 그립다
시골도 지금은 고구마도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아랫목도 없는
기름보일러 난방이기에
내가 사는 우리 집이나
시골 친정집이나
겨울에 그리운 것들을
추억 소환할 장소가 없다
친구도 이젠 뿔뿔이 흩어져
그립고 그리운 마음뿐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