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 빠진 독
영화<달마야 놀자>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폭력배인 재규와 그 일당은
숨을 곳을 찾아 무작정 산속 절로 들어간다.
주지 스님은 이들을 받아주지만 다른 스님들은
막무가내인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쫓으려 한다.
결국 그들은 대결을 벌인다.
주지 스님이 깨진 독을 앞에 두고 문제를 낸다.
"이 독에 물을 가득 채운 사람이 이기는 게야,
십분 안에 채워야 하고 무엇으로 틀어막으면
안 돼, 알았지들? 해봐"
스님들은 깨진 독에 들어가 말한다.
"마음이 물이오, 몸 또한 마음과 다르지 않으니
깨진 독에 채운 소승의 몸과 마음은 깨끗한 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지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난 물을 채우라고 했지,
사람을 채우라고 하지 않았느니라.“
재규와 일당은 일단 물을 떠와 채운다.
하지만 새는 속도가 더 빠르다. 주어진 시간이
다 되어가자 그들은 독을 연못에 냅다 던진다.
그 모습을 본 주지 스님이 말한다.
"어이구 이 독에 맑은 물이 철철 넘치는구나.“
산사에 더 머무르게 된 재규가
주지스님에게 묻는다.
"저희를 이렇게 감싸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밑 빠진 독에 어떤 생각으로 물을 채웠어?"
"그냥 ……항아리를 물속에다 던졌습니다.“
"나도 밑 빠진 너희를 내 마음속에 던졌을 뿐이야."
♣ 출처: 월간 좋은 생각/ 정정화기자(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