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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의 호수(The lake of nirvana)

岡邨(강촌) 2020. 11. 30. 16:25
      피안의 호수(The lake of nirvana) / 알퐁스 드 라마르틴 - 언제나 새로운 해안으로 떠밀려가는, 영원한 밤 속에서 되돌아옴 없이 빨려 들어가는 우리, 이 세월의 주름 짓는 물결에 어느 날 닻을 놓을 것이랴? 호수야! 한 해는 거의 저물어 사랑하는 사람이 찾던 강가, 그리운 물가에 보아라, 그 사람 앉았던 바위 위에 이제 나 홀로 앉아 있다. 그날도 뿌리 깊은 바위 아래서 너는 노래했고, 날카로운 바위를 치며 너는 부서졌지. 네 안에서 일던 파도의 물거품은 바람에 실려 고운 네 발을 적셔 주었지. 기억하는가, 그날 밤을. 우리는 침묵 속을 노 저어 가고 있었지. 하늘 아래, 물결을 타고 들리는 거라곤 물결에 맞춰 젖는 노(oar) 소리뿐이었다. 문득 세상의 신비한 소리가 일어 눈에 선한 언덕에 울려, 물결은 숨죽여 듣고 그리운 그 소리는 말했었다. 세월아, 날개짓 멈추고 좋은 시절아, 거기 있거라. 생애 최고 아름다운 이 순간이 덧없이 사라지기 전에. 세상의 많은 불행한 이들, 가려거든 그들을 데리고 가라. 고통과 그들을 짓누르는 근심은 실어가고 행복한 이들은 내버려 두렴. 그러나 내 소박한 소망도 아랑곳없이 세월은 내게서 살며시 사라져 간다. 이제 곧 새벽이 오리니, 조금만 더 천천히..... 나는 이 밤에 간절히 기도하네. 그러나 우리 서로 사랑하자. 덧없는 시간 서둘러 즐기자. 인생엔 닻을 내릴 항구가 없고, 세월은 가 닿을 기슭이 없어, 우린 그렇게 사라져 간다. 사랑이 남실남실 우리에게 찬 이 순간도 불행한 날들처럼 순식간에 우리한테서 멀리 달아나 버릴 수 있나? 두어 두지, 세월아. 아, 세상에 사랑은 자취도 안 남고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잠시 행복을 주었다가 이내 빼앗겨 버리는 시간, 다시는 도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영원, 허무, 어두운 심연이여! 너희는 그 집어삼킨 날들을 어찌할 텐가? 말하라, 우리에게서 앗아간 그 덧없던 꿈 같던 순간들을 우리한테 들려주지는 않겠는가? 호수, 말 없는 바위, 칙칙한 수풀아! 시간이 멈춰 있는, 아니 영원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이 밤을 기억하라. 아름다운 자연이여, 추억만이라도. 내 편안한 품 안에, 몰아치는 물살에, 고운 호수야, 네 눈웃음치는 물언덕의 경지에, 늘어선 전나무 숲에 물결이 와서 부서지는 거친 바위들 속에 이 추억을 지켜다오. 부르르 떨고 지나가는 하늬바람, 호숫가를 찰랑이는 물결 소리, 상냥한 빛으로 수면을 비추는 은빛 달 속에도 추억이 깃들게 하라. 흐느껴 우는 바람, 한숨 쉬는 갈대, 향기 그윽한 호수의 맑은 공기. 들리고 보이고 숨쉬는 것 모두가 말하라, '그들을 사랑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