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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지설(種樹之說)

岡邨(강촌) 2020. 9. 27. 14:42
      ◑ 종수지설(種樹之說) ◑ 당(唐)에 나무를 잘 기르는 곽탁타(郭橐駝)라는 사람이 있었다. 탁타는 곱사병을 앓아 굽은 허리가 낙타처럼 생긴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의 직업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었다.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열매도 많이 열렸다. 많은 식수(植樹) 전문가들이 탁타를 모방해도 그와 같지 않아 그에게 비법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나무를 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리게 할 능력은 없다. 무릇 나무란 그 뿌리가 잘 펴지기를 원한다. 원래의 흙으로 평평하게 잘 다져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무의 천성이 잘 발휘되게 도와준다. 이처럼 나는 그 성장을 간섭/ 방해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감히 나무를 잘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식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뿌리가 접(摺)히게 하고 흙은 바꾼다.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이렇게는 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지나치고 조급하여 조석으로 살피고 만진다. 심한 사람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껍질을 벗겨보고 뿌리가 잘 내렸는지 나무를 흔들어보기도 한다. 결국 그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 유종원 <종수 곽탁타전(種樹 郭橐駝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