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수지설(種樹之說) ◑
당(唐)에 나무를 잘 기르는
곽탁타(郭橐駝)라는 사람이 있었다.
탁타는 곱사병을 앓아 굽은 허리가
낙타처럼 생긴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의 직업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그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었다.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열매도 많이 열렸다.
많은 식수(植樹) 전문가들이 탁타를
모방해도 그와 같지 않아 그에게 비법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나무를 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리게 할 능력은 없다.
무릇 나무란 그 뿌리가 잘 펴지기를
원한다. 원래의 흙으로 평평하게 잘
다져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나무의
천성이 잘 발휘되게 도와준다.
이처럼 나는 그 성장을 간섭/ 방해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감히 나무를 잘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식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뿌리가 접(摺)히게 하고 흙은 바꾼다.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이렇게는 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지나치고 조급하여 조석으로
살피고 만진다.
심한 사람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껍질을
벗겨보고 뿌리가 잘 내렸는지 나무를
흔들어보기도 한다. 결국 그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 유종원 <종수 곽탁타전(種樹 郭橐駝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