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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서 허뭄

岡邨(강촌) 2016. 10. 26. 12:29

      ◆ 다락방서 허뭄 ◆ / 정 호 승 마음에 독을 품은지도 모르고 사람을 가슴에 담고, 마음을 가슴에 품고, 세월에 가슴에 묻어두었다. 그러니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자 내 마음에 품었던 그 사람이 아파하고, 그 마음이 변하고, 그 세월이 하찮게만 느껴진다. 설레여 간직했던 그 마음은 어디로 가고 미움이 남아 나를 아프게 하고 지나간 아름다운 세월들은 시간이 흘러가자 그 빛을 잃어 초라해지고 약속을 위해 간직했던 그 사람은 어느새 나를 괴롭게 하나. 내 마음에 품은 독 때문이었을까, 독을 버리고 또 버리고 나면, 그 사람도, 그 마음도, 그 세월도 다시 빛나고 아름답게 출렁이며 설레일 것인가. 사랑했던 첫 마음, 그 빛나는 세월, 그 아름답던 사람아, 나에게 올해는 해독의 시간이 될까나. 아, 올해도 이렇게 또 나이 한 살을 보태는 구나. - 시집『이 짧은 시간 동안』(창비,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