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하나만을 가야 하는 인생 / 청하 허석주 -
작은 시냇물은
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산골창이 울리도록
온갖 고된 것들을 부딪치며
가슴을 후벼파는
시름 앓는 소리들을 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상 끝을 향해 흘러갑니다
강물을 만나면
남을 앞서가지도 않고
소리를 내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며
휘어지면 휘어 진대로
댐에 막히면 막히는 대로
수문을 열어 줄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갑니다
오직
길 하나만을 따라가야 하는
인생길 여정
흘러 흘러 큰 강을 만나니
세월의 아픈 날들이
영원한 안식이 머무는
바다를 만날 준비를 합니다
남아 있는 길 하나 내놓고
흘러가라고 하는데
어제도 이 길을 걸었는데
뒤돌아 갈 수 없는 발길
산다는 게 몬지도 모르고
흘러온 삶에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