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릇
우정이라는 그릇, 사랑이라는 그릇,
믿음이라는 그릇, 신의라는 그릇.
그 그릇들은 언제나 소중히 다루고,
잘 닦아야 하며 깨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각기의 그릇들은 품 안에 있을 때는
모두 아름답고 견고해 보이지만,
행여 잘못 다뤄 깨지기라도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깨지기 전의 그릇은
아름답고 소중하지마는
깨진 그릇은 여지없이 칼날이 되어
내게 향하기 마련이다.
뒤늦게 후회하며 깨진 그릇을
어떻게든 붙여 보려고 애쓰다
손을 베이면 그제야 비로소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품 안에 있을 때
소중히 여길 것
깨진 그릇에 손을 베이고 나서야 배운다.
♣ 박광수 / ‘참 서툰 사람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