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지는 날
스님!
꽃은 저 알아서 피었다가 지는데
내 먹먹한 그리움은
도무지 지워지질 않네요
거봐라 이눔아
그래서 네가
꽃보다 못한 놈이라 한 거다
꽃은 한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놓을 것이 없어
저리 한 생 살다가 툭 하고 가는 거여
꽃을 피워야
봄이 되게 하는 그날 기다리며
기꺼이 질 줄도 아는 거여
네 놈은 그 마음자리에
달빛 데려와 시 읽어 보내고
새들을 불러들여
지상에도 길이 있음을 알려 주고
별들 데려와 재워 보내면
그럼 그리움도 번뇌가 아니라
사랑이란 걸 알 거여
어서 밖에 나가
저 달빛 아래 진 꽃 보고 오거라
거기에 널 두고 올 수 있겠느냐
♣ 글쓴이: 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