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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법 잘 늙고 있다

岡邨(강촌) 2021. 11. 3. 15:37
      ♣ 우리는 제법 잘 늙고 있다​ / 유유희 - 늙어간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 많아진 것이다 총명 반짝였던 눈에 돋보기 없인 손가락 가시 하나 뽑기 어렵다 그나마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살았다 이젠 좋은 것 가려볼 수 있고 내 건강할 때 남 도운 적 있다 덕 쌓을 기회를 주셨으니 그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내 걸음 자유로울 때 가고픈 곳 마다치 않고 갔었다 좋은 추억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건강 하나 타고났다 겁 모르다 기억력 하나 끝내준다 했는데 돌아서면 깜박깜박 잊어버린다 그나마 내가 누군지 잊지 않으니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살다 보면 괜스레 외로운 날도 사랑에 벅찬 날도 이유 없이 눈물 지리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맞대고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기억력 좋을 때 창조주를 배웠다 내 모든 기억들 당신께 올립니다 눈 떠서 눈 감는 하루 숨 쉬는 하나까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이 내 남은 생애 첫날이다 가장 건강하고 가장 젊은 날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