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제법 잘 늙고 있다
/ 유유희 -
늙어간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 많아진 것이다
총명 반짝였던 눈에 돋보기 없인
손가락 가시 하나 뽑기 어렵다
그나마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볼 것, 못 볼 것 다 보며 살았다
이젠 좋은 것 가려볼 수 있고
내 건강할 때 남 도운 적 있다
덕 쌓을 기회를 주셨으니
그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내 걸음 자유로울 때
가고픈 곳 마다치 않고 갔었다
좋은 추억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건강 하나 타고났다 겁 모르다
기억력 하나 끝내준다 했는데
돌아서면 깜박깜박 잊어버린다
그나마 내가 누군지 잊지 않으니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살다 보면 괜스레 외로운 날도
사랑에 벅찬 날도 이유 없이
눈물 지리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맞대고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내 기억력 좋을 때
창조주를 배웠다
내 모든 기억들 당신께 올립니다
눈 떠서 눈 감는 하루
숨 쉬는 하나까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이 내 남은 생애 첫날이다
가장 건강하고 가장 젊은 날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