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은
1956년 작품입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술값이 없었는데
시로 대신해 달라는 술집 여주인의
부탁으로 지어진 즉흥시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