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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동선(夏爐冬扇)

岡邨(강촌) 2023. 11. 30. 16:20
      ♣ 하로동선(夏爐冬扇)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 무더운 여름날 어떤 어르신께 화로를 선물했습니다. 그는 “무더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화를 냈습니다. ​ 이번엔 겨울에 부채를 선물하면서 “마음에 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아, 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선물을 하려면 여름에 부채를 하고 겨울에 화로를 해야지!" ​ 그래서 "어르신, 저번 여름에 선물했던 화로는 지금 쓰시고 이 부채는 좀 두었다가 여름에 쓰시면 좋겠네요" 했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그렇긴 하네" 하십니다. ​ 이번에는 다른 어르신께도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 후 똑같이 물어보았습니다. ​ 그런데 이 분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래, 고맙네. 잘 사용하고 있네.” 의아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 “아니, 여름에 화로를 또 겨울에 부채를 어떻게 쓰고 계십니까?”​ “화로는 여름 장마에 젖은 물건들 말리는데 사용하고, 부채는 겨울에 불 지필 때 잘 쓰고 있다네.” ​ 현답(賢答)입니다.​ 맑은 아침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됩니다. ​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가치를 따지느냐에 따라 매우 요긴한 것이 될 수 있고, 아주 값진 것도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 이 사자성어는 왕충(王充)의《논형(論衡)》 <봉우편(逢遇篇)>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 물건이라고 하는 것은 사용하기에 따라 유용하기 마련이므로 애당초 "무용지물'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주군의 마음 속을 신하가 헤아릴 수 없는데 신하가 가지고 있는 학문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하로동선"을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 에 비유합니다. 아무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그 무엇보다 유용하게 쓰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용(無用)이 대용(大用)으로 쓰이는 이치를 간파한 것이 바로 왕충의 "하로동선"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