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로동선(夏爐冬扇)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어떤 어르신께 화로를
선물했습니다. 그는 “무더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화를 냈습니다.
이번엔 겨울에 부채를 선물하면서
“마음에 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사람아, 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선물을 하려면 여름에
부채를 하고 겨울에 화로를 해야지!"
그래서 "어르신, 저번 여름에 선물했던
화로는 지금 쓰시고 이 부채는 좀 두었다가
여름에 쓰시면 좋겠네요" 했더니 빙그레
웃으시며 "그렇긴 하네" 하십니다.
이번에는 다른 어르신께도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 후
똑같이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그래, 고맙네. 잘 사용하고 있네.”
의아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여름에 화로를 또 겨울에 부채를
어떻게 쓰고 계십니까?”
“화로는 여름 장마에 젖은 물건들 말리는데
사용하고, 부채는 겨울에 불 지필 때 잘
쓰고 있다네.”
현답(賢答)입니다.
맑은 아침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됩니다.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가치를
따지느냐에 따라 매우 요긴한 것이 될 수
있고, 아주 값진 것도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 이 사자성어는 왕충(王充)의《논형(論衡)》
<봉우편(逢遇篇)>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 물건이라고 하는 것은 사용하기에 따라
유용하기 마련이므로 애당초 "무용지물'은
있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주군의 마음 속을 신하가 헤아릴 수
없는데 신하가 가지고 있는 학문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하로동선"을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
에 비유합니다. 아무 쓸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그 무엇보다 유용하게
쓰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용(無用)이
대용(大用)으로 쓰이는 이치를 간파한 것이
바로 왕충의 "하로동선"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