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사랑에게 / 양현근 -
더러는 무게만큼 가벼워진 세상
주고 나서 언젠가 채울 수 있음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고 싶다
넉넉한 마음들이 모여
저 만큼 숲이 되어 우거질 수 있다면
비어 있으므로 서로의
허물이 된들 어떠하랴
촉촉한 기다림으로
서로의 젖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 또한 작은 행복이지 않겠느냐
사랑이란 정녕 가슴 뜨겁고
오래 기다려도 뒤척이지 않을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기도임을 알기에
노래하리라
푸른 숲에 기꺼이 스며들리라
그 숲에서 어제의 숲기를 털어 말리며
내가 외울 수 있는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 둘 불러 내리라
때 묻지 않은 풍경 속으로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내는 동안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노라고
가만 가만 얘기 하리라
사랑하는 이여
오늘은 국어 교과서처럼 너를 읽고 싶다
너를 말하고 싶다
가난한 나의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