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 그 오십 이후 / 곽진구 -
애들은 커서 다 떠난 텅 빈집엔
살아온 생이 지겹지 않아서 문득 지겨운
그런 적막이
길바닥처럼 쌓여 무장무장 썩고 있다
둘밖에 없는 너와 나 사이
수저와 수저 사이
밥그릇과 밥그릇 사이
지금 저 사이사이엔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들려오는 밥 씹는 소리 대신
징그러운 고요를 꽉 움켜쥐고 참 오랫동안
구시렁구시렁 흘려보내야 할 소란이 필요하다
안방까지 쳐들어와 놀다가는 무료한 햇살보단
태평한 그 달빛보단
만지면 금방 터질 것 같은, 울 것 같은
꿈틀꿈틀 살아있는 뜨끈뜨끈한 말
아, 그런 말이 그립다
세상에 어디
‘꿈틀꿈틀 살아있거나 뜨끈뜨끈한’ 그런 말이
있을까마는 억지로 치자면
이웃집 할메의 전매특허의 말
‘잡놈, 목구녁이 뜨뜻헌 게 별 지랄 다 떠네.’
이런 막간 언사라도 있다면…
저 말을 봄처럼은 아주 두진 못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