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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그 오십 이후

岡邨(강촌) 2021. 1. 6. 15:53
      ♤ 우울, 그 오십 이후 / 곽진구 - 애들은 커서 다 떠난 텅 빈집엔 살아온 생이 지겹지 않아서 문득 지겨운 그런 적막이 길바닥처럼 쌓여 무장무장 썩고 있다 둘밖에 없는 너와 나 사이 수저와 수저 사이 밥그릇과 밥그릇 사이 지금 저 사이사이엔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들려오는 밥 씹는 소리 대신 징그러운 고요를 꽉 움켜쥐고 참 오랫동안 구시렁구시렁 흘려보내야 할 소란이 필요하다 안방까지 쳐들어와 놀다가는 무료한 햇살보단 태평한 그 달빛보단 만지면 금방 터질 것 같은, 울 것 같은 꿈틀꿈틀 살아있는 뜨끈뜨끈한 말 아, 그런 말이 그립다 세상에 어디 ‘꿈틀꿈틀 살아있거나 뜨끈뜨끈한’ 그런 말이 있을까마는 억지로 치자면 이웃집 할메의 전매특허의 말 ‘잡놈, 목구녁이 뜨뜻헌 게 별 지랄 다 떠네.’ 이런 막간 언사라도 있다면… 저 말을 봄처럼은 아주 두진 못할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