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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힘
岡邨(강촌)
2020. 11. 16. 14:09
![]() ♧ 침묵의 힘 철로 한켠에 침목들 쌓여있다 하나 같이 일자로 입을 다물고 있다 세상은 열차처럼 떠들어대는 자들의 몫인 것 같지만.. 달리는 자들의 세상 같지만 침묵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한 생을 한 자리에서 누워 침목은 침묵으로 말한다 침목은 지축을 울리며 달리는 열차의 굉음을 제 몸으로 받아내어 잘게 잘게 땅으로 분산시키고 이윽고 침묵을 남긴다 지반이 꺼지지 않도록 철길을 붙잡고 종착역까지 옮겨주는 것은 저 말 없는 것의 힘이려니 저 켜켜이 쌓여있는 침목들은 어디론가 실려가 누군가의 길이 될 것이다 떠들 게 없어서가 아니라 떠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침목 혹은 침묵.. ♣ 복효근 / 『그 눈망울의 배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