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에 대한 용기 ■
/ 에리히 케스트너
슬플 때는 거리낌 없이 울어라.
마음을 너무 감시하지 마라!
눈물이 흐르는 대로 슬퍼해도
죽는 일은 없다.
이렇게 되리라는 걸 첨부터 알았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까지 유쾌해질 까닭이 없다.
아무리 술독에 빠져 보아도
목구멍의 쓰디쓴 맛을 씻을 수 없다.
아무런 원인도 없이 왔다 가는 슬픔.
맘속은 텅 빈 허공뿐이다.
병은 아니나, 건강한 것도 아니다.
영혼이 매끈하지 못한 느낌.
외톨이가 되고 싶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과 섞이고 싶다.
별안간 손을 올려 코를 꼬집어본다.
거울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게 내 얼굴이야?
하늘의 별들이 돌연 주근깨로 보인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고
숨고 싶고 파묻히고 싶다.
누군가를 때려눕히고 싶고 죽여버리고 싶다.
아무 때나 왔다가
아무 때나 사라지는 슬픔
그러면서 영혼은 차차 순치된다.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인생이란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