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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岡邨(강촌)
2018. 2.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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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 혜민스님 「약이 되는 이야기」 中-
우리 생활에서 언어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부작용도 있습니다. 그 이름을 규정하지 않고
세상을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어느 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마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 부분만 딱 떼어내서,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라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언어 이전 자리, 생각 이전 자리는
분리할 수 없는 상태..
세계는 한 송이 꽃(世界一花)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세상을 하나로 볼 때는
사실 '하나'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습니다.
(이름을 붙이지 않고는 세상을 나눌 수 없음)
그런데 이렇게 세상을 '하나'로 보는 것은
'사랑'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랑이 무엇입니까?
너와 내가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없는 거죠?
그래서 사랑으로 본다는 것은 이렇게 언어를
떼고 본다는 것인데 언어를 떼고 본다는 것은
'잘 모르고 본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통해서 보면 마치 내가 다 아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에게 '새'라는 단어를
가르쳐주면 새를 보고 "새" 이렇게 말하고 더
이상 안 본대요. 왜냐 하면 '나는 이미 다
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새'라는 이름을 모르면 계속해서 보게 됩니다.
사과를 볼 때에도 만약 내가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더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보겠죠?
언어를 모르는 아이한테 사과가 무슨
색깔이냐고 물었더니 하얀색이라고 하더래요.
아니 사과가 왜 하얀색일까요? 사과를
쪼개니까 그 속이 하얗더라.. 이겁니다.
우리는 '사과' 그러면 무조건 '빨갛다'라는
생각부터 해요..
언어를 사용하면서 고정관념이 생긴 겁니다.
그러나 '모른다'는 관점에서 보면 사과는
빨갛기도 하고 하얗기도 하고..검기도 하고..
씨는 검은색이니까요.. 파랗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다양한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사랑으로 보려면 '나는 이미 알고
있다'라고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나는
모른다' 하는 마음으로 보아야 할까요?
모른다는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남편을 사랑으로 보려면 '나는 저 양반을
잘 모른다'라고 보아야 하는데..'난 다 알아'
이런 마음이면 더 이상 들을 말이 없는
겁니다.
"아유, 당신하고 말하기 싫어~ 맨날 똑같은
말만 하고.." 이렇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사랑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으로 보는 겁니다. 불성으로, 하나로
보는 게 아니라 쪼개서 보는 겁니다.
현재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에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한테 가지는 가장 큰
불평이 뭔지 아세요? "내가 말해봤자 엄마는
안 들을 거잖아? 하나마나 아니야?"
왜냐 하면 엄마들이 아이를 볼 때 '다 안다'
하고 보기 때문입니다. '모른다' 하고 보지
를 않고..
"엄마가 다 아니까,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시키는 대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식으로 아이를 조종하려고 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입니다. 그건 집착이에요.
사랑은 '모른다' 하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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