岡邨(강촌)
2016. 4.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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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지는 꽃은 욕심이 없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견뎌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나무는 바람 속에서 얼마나 애가 탔을까?
그러나 결국
나무는 꽃을 바람에 되돌려 준다.
그토록 아름다운 꽃들을
겨우 몇 날 지니다가 다시 풀숲이나
흙바닥에 뒹굴게 하고 말았을 때
얼마나 가슴 아렸을까?
그러나 어떤 나무도
꽃송이를 일 년 내내 지니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욕심,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만약에 어떤 꽃이 일 년 내내 지지 않고
피어 있다면, 그건 조화일 것이다.
우리가 이룬
아름답고 영예로운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시간 속에 묻히게 되어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억지로 영광과
영화로운 시간을 끌고 가려는 것은 욕심이다.
일이 이루어지려는 데는
반드시 그 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면,
멀리 못가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지치고 힘들 때면,
자신을 놓아 주어야 한다.
바람 앞에 나무가 꽃을 놓아 주듯이
더 달라고 하면, 잎마저 놓아 주듯이
그렇게 놓아 주어야 한다.
- 도종환님의 저서 '모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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