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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운 믿음

岡邨(강촌) 2015. 10. 14. 10:41
      나를 일깨운 믿음 어린 시절 나는 집 안 물건을 훔쳐 내다 파는 못된 도벽이 있었다. 사 형제 중 막내였던 나의 범죄는 대부분 발각되었다. 매번 부모님과 형들에게 혼났지만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 시작하여 고등학교 1학년 여름까지 내 도벽은 이어졌으나, 다행히 그해 여름 어떤 일을 계기로 씻은 듯 고쳤다. 당시 우리 가족은 2층 주택에 살았다. 무던히 덥던 어느 날, 2층 방에서 잠깐 잠들었다 깬 나는 1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둘째 형과 어머니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툼의 이유는 나였다. 형이 애지중지하던 카메라가 사라졌는데 어머니는 범인이 나라고 단정했다. 어머니의 직감대로 나는 일주일 전쯤 형의 카메라를 청계천 장물아비한테 팔아 버린 터였다. 놀라운 건 형의 반응이었다. 형은 어머니를 나무라고 있었다. “물건만 없어지면 다그치니까 막내가 더 삐뚤어지는 거예요. 저도 더 찾아 볼 테니 확인되기까지는 일단 믿어 주자고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차마 1층으로 가지 못하고 다락방에서 다음 날까지 숨어 있었다. 거기서 나는 혼자 울었다. 날 믿어 준 형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의 눈물이었을 거다. 이튿날 형의 카메라를 팔았다고 어머니에게 고백했는지,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 뗐는지는 기억이 불분명하다. 분명한 건, 그날 이후 내 도벽을 고쳤단 것이다. 누군가가 날 믿어 주려 하는데 그 믿음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박광수, /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중에서- [마음이 구두 밑창 같으시네요] 구두에서 가장 때가 타기 쉬운 곳은 밑창인데 우리는 그곳만 빼놓고 구두를 닦는다. 물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애써 닦을 필요가 없다. 사람에서 가장 때가 타기 쉬운 곳은 마음인데 우리는 그곳만 빼놓고 샤워를 한다. 물론 남의 눈에 띄지 않으니 애써 씻을 필요가 없다. 대신 이런 말을 들어도 언짢아해서는 안 된다. (?) “마음이 정말 구두 밑창 같으시네요.” - 정철 (카피라이터) -